초대 대표이사 내정자의 사퇴로 출범이 지연되던 충북문화재단의 대표이사에 강형기(57·충북대학교 사범대학 행정학과) 교수가 23일 선임됐다.

경북 출신인 강 교수는 건국대 행정학과·대학원을 졸업하고 충북대에 재직하면서 한국지방자치학회장,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2008년엔 지자체 공무원들을 위한 글방 '향부숙'을 설립해 운영 중이며 '향부론' '지역창생학' 등 지방 문화행정 관련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신임 강 대표이사를 이날 만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강 교수 개인으로서는 충북문화재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문제보다는 내가 대표이사에 선임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문화와 무슨 관계가 있기에 저 자리에 앉히느냐며 수군대기도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문화 관련 정책 자문을 20년 이상 맡았으며 강의도 오랫동안 해왔다. 자격은 충분하다고 새각한다.

▶대표이사를 수락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있다면.

일본 출장 전에 이정렬 충북도 문화국장이 찾아와 부탁을 했는데 현재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재단 대표이사는 광역자치단체 국장급이라 그때는 거절했다.

그렇지만 결코 섞이려 하지 않던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충북도 연합회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충북지회, 충북문화원 등 도내 3개 문화·예술단체가 합의를 한 데다 나기정 전 청주시장과 도종환 시인까지 부탁하는데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평소 “문화로 지역을 바꾸자”고 했던 내 철학과 내 의무를 다 하지 못 하는 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내가 사는 이 지역에서 주민들을 위해 뭔가 심부름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표직을 수락했다. 자다가 벌 받는 기분으로 왔다.

▶한국지방자치경영연구소 소장, 향부숙 숙장 등 활동이 상당히 많다고 알고 있다. 재단 대표 활동은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재단 대표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선임되면 1주일에 두 차례 출근해야 하는데 하루 4시간 자면서 강연 등 무수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내 입장에선 당장 금전적으로도 한 달에 1천200만원은 손해 보는 일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평소 문화행정을 강조해 온 나이기 때문에 죄인 된 심정으로 봉사하겠다는 각오다. 다른 일을 줄여서라도 재단 대표직에 성실히 임하고 지역 문화·예술을 위해 헌신하겠다.

 

▲ 강형기 충북대 교수(왼쪽)가 이시종 충북지사로부터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임명장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한편 충북도는 이날 충북도청 서관 회의실에서 충북문화재단 창립총회를 열었다.

도는 이날 총회에서 대표이사가 선임되고 내년도 사업계획 등이 의결됨에 따라 법인 설립 허가와 등기를 거쳐 다음달 중순께 재단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도내 문화·예술계 숙원인 충북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단체 간 네트워크 구축, 도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위탁 사업, 충북도 문화예술진흥기금(182억원) 지원 사업 등을 벌이기 위한 조직이며 지난 7월 출범 예정이었다.

그러나 초대 대표이사 내정자가 허위학력 파문으로 지난 6월 자진 사퇴해 출범이 지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