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세상이 왜 이래? 계절도 멍하니 여태 여름 행세로 엉뚱했다. '더 뜨거워져야 정신 차릴 거냐'며 가을마저 막았다.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황”을 속되게 이를 때 '개판 오 분 전'이 튀어나온다. 의대 증원에서 비롯된 장기 의료 공백 상태, 6.25 때 난리도 이보다 낫지 싶을 정도로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후 33개월짜리 A양은 물웅덩이에서 구조되었으나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숨졌다. 심폐소생술과 약물치료  후 추가적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 거다. 이륜차 사고로 수술 병원 전화를 돌리던 경남 함안 거주 20대 남성의 경우 세 시간 가까워서야 경기 수원 소재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에 이송되는 등, 의료 난국을 겪고 있다.

장기 의·정 갈등으로 세계 최고라던 K- 의료가 처참할 정도로 휘였다. 오죽했으면 환우(患憂) 단체까지 “유일한 정답은 의대 증원 규모 조정”이라고 콕 찝어 성토했겠나. 의료진의 번 아웃도 외골수 정부 탓 아닌가. 애초 터무니없는 자신감부터 자해였단 얘기다. 대통령, 장관(교육부·보건복지부)은 '절대'  수식어를 붙여가며 다 된 밥처럼 주걱 먼저 들었은가. 타임을 놓쳤던 거다. 의대 증원 러시는 현실이 된 채 2025 대입수시모집 원서접수를 끝냈다. 이젠 궁싯거리기조차 늦었다. 학생을 뽑아도 가르칠 교수와 강의실조차 턱없는데 '현장 문제 no' 요지부동에 더 소스라친다.

아무리 법적 운운하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압박해 봤자 관행은 질기고 갈수록 산 너머 산으로 치닫는다. ‘여야‧의사단체‧정부협의체 구성’엔 공감대를 이뤄냈으나 대통령 실은 여전히 '2025년 의대 정원 재논의 불가'로 굳히며 국민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채, 우군을 적대시하는 꼴이다. 허무맹랑한 건, 최면에 빠진 듯 “전국 응급실 409곳 중 몇 곳을 빼면 24시간 운영” 브리핑 등 느슨한 딜레마를 어쩔까. 

◇ 상생의  해법

물론 역사는 그런 사례로 가득하지만 이번 같은 '목숨 담보'는 처음이다. '법과 원칙' 고수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쪽은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의대 증원 절대 반대’ 외 2안 없는 거부 아녔나. 대화와 타협, 그리고 상호 양보로 서로의 요구를 죄다 들어주기 힘든 이유를 설득해야 한다. 자기편 자기 진영의 볼륨부터 낮춰야 ‘윈-윈’ 할 수 있다. 꼬일 대로 꼬인 감정도 머리를 맞대면 풀리는 게 인간사다.

요즘 부쩍 카톡으로 넘쳐나는 안부 “제발 아프거나 다치지 않도록 예방하고 조심하자"다. 모두 살자고  하는 일 일터, 세상에 생명보다 중한 민생이 어딨겠나. 부디 의료 정상화 스위치를 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