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30일 청주복지재단 앞에서 시와 재단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충북 청주복지재단이 출범 초반부터 장애인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충청북도장애인단체회와 청주시장애인단체엽합회 회원 100여 명은 30일 오전 재단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청주시의 장애인 복지 정책을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한범덕 시장은 재단 출범 격려사에서 ‘사각지대 없이 서비스가 필요한 시민이면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촘촘한 사회복지전달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천명했다”며 “그런데 사회복지영역 중 어떤 분야보다 사회 참여가 어려운 장애인에 대해 청주시 복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청주복지재단의 출범부터 심히 우려스러운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 당사자나 장애인 분야 전문가의 재단 임원 참여 기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재단이 위치한 3층 건물에는 편의시설이 전무해 접근권마저 원천봉쇄 해 놓았는데 어떻게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연계·조정을 한다는 것인가”라며 “장애인고욕촉진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모범이 돼야 할 재단이 직원 채용에 있어서 노력을 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장애인의 접근권 보장 △장애인 채용에 대한 구체적인 의지와 우선고용 대책 마련 △이사장과 상임이사의 사퇴 등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재단이 긴급이사회 소집을 결정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장애인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이사진 구성 등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 장애인 단체 “접근 막으면서 무슨 연계·조정”

성명서 발표를 마친 이들 중 수십 명은 편의시설이 없는 재단 건물에 들어가 보겠다며 동료와 재단 직원 등의 도움으로 재단 사무실과 회의실에 올라와 책상 등을 점거한 채 직원들에게 30여 분 동안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재단 김영석 상임이사는 “사무실을 1층으로 옮겼어야 했다. 1억5천만 원을 들여 외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도 화장실이나 회의실로의 접근성이 없다”며 “어차피 요즘엔 대부분 차량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서 외지에라도 입주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꼭 시청이 가까워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장애인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수긍했다.

▶ 재단 “조만간 긴급이사회 소집해 입장 발표”

성명서 낭독, 재단 사무실 항의방문 후 장애인 단체 대표들은 재단 남기민 이사장, 김 상임이사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재단 측에 이사장·상임이사 사퇴와 이사회에 장애인 2∼3명 포함 등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이에 재단 측은 이날 성명에 대해 금명간 긴급이사회를 소집, 입장을 밝히겠다고 함에 따라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김 상임이사는 “장애인 단체가 발표한 성명서에 대해 이사진의 입장을 밝혀야 하겠기에 며칠 내로 긴급이사회를 열 것”이라며 “이사회에서 결과가 나오면 한 시장과 조율해 추진하겠다. 복지재단이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런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문제가 빨리 해결 안 되면 나부터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웅식 한국척수장애인충북도협회장은 “오전 면담에서 우리 입장 수용이 고사되면 오후 5시 시장 면담을 하려 했는데 일단 긴급이사회를 열고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해 시장 면담은 취소했다”며 “경우에 따라 이사진이 총사퇴하고 재구성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변창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충북협회장도 “이사회 결과 원하는 답이 안 나오면 강경 대응할 것”이라며 “원래 이번 집회도 한 달간 하기로 신고했으니 그 사이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날 장애인 단체들은 오전 집회가 끝난 뒤 오후 5시 한범덕 시장과 면담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앞서 가진 남 이사장과 김 상임이사와의 면담으로 이날 일정을 정리하고 철수했다.

면담에는 재단 측의 남기민 이사장·김영석 상임이사, 장애인 단체 측의 신용식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중앙회장, 남상래 충북도장애인단체연합회장, 변창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충북협회장, 지현상 청주시장애인협회장, 신웅식 한국척수장애인충북도협회장이 참석했다.

▲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시와 재단 규탄 성명서 낭독 후 재단 사무실을 점거하고 있다.

▶ 채용할 직원 중 장애인 포함 여부도 관심사

장애인 단체의 반발에 대해 복지재단 이사진이 의견을 조율하기로 하면서 당장의 충돌은 면했지만 장애인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이 모두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사장, 상임이사 등 이사진과 직원들은 모두 적법하게 구성되고 채용됐으며 이들 중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법적 구속 또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재단이 입주해 있는 건물은 알려진 대로 30년 이상 된 구조물이다. 애당초 엘리베이터나 휠체어 리프트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도 않다. 실제로 안을 들여다보면 위아래 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는 성인 2명이 겨우 교행할 수 있는 폭이고 발판은 경사 30도의 계단이다.

재단이 확보 중이라는 엘리베이터 설치 예산 1억5천만 원을 들여 외부에 엘리베이터를 조성한다 해도 내부 회의실이나 화장실 등과 접근성이 떨어진다. 결국 1층으로 사무실을 옮기거나 다른 건물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셈이다.

장애인들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마지막 한 부분은 직원 채용이다. 장애인들은 재단이 직원 채용에서도 장애인을 배제했다고 주장 중이다. 현재 재단은 다섯 명을 채용한 상태이며 네 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변창수 충북지체장애인협회장은 “채용된 다섯 명 중 음성 꽃동네대학교 출신이 세 명인데 이 학교 모 교수가 재단설립 연구용역부터 재단 이사·직원채용인사위원을 맡았다. 자기 학교 학생을 심사한다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은가. 청주시에 재단 설립 단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자료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니 문제가 있으면 충북 모든 장애인의 이름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회장은 “이미 채용된 다섯 명은 정식 절차를 밟았으니 어쩔 수 없다 쳐도 네 명 추가 채용 때는 장애인끼리 경합할 수 있는 제한경쟁 시스템을 적용, 장애인도 재단에 들어갈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