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홀대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충북 청주복지재단이 1일 이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본보 7월 25·29·30·31일자 보도)

재단은 이날 오후 긴급이사회를 열고 2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편의시설과 이사진 구성, 직원 채용 등에 대한 장애인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재단 운영에 반영하기로 뜻을 모았다.

재단의 의결 내용은 크게 세 가지. 먼저 이사진에 장애인이나 장애인 관련 단체의 인물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재단의 이사진 정원은 정관 상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포함해 15명이고 현재 14명이 이사로 등록돼 있다.

재단은 남은 1명을 구두로 추천해 놓은 상태이지만 추천된 이에게 양해를 구해 장애인이나 장애인 관련 단체의 추천 인물을 영입하며 향후 운영위원회와 시민위원회 구성 시에도 장애인 참여를 적극 보장키로 했다.

두 번째로 현재 5명이 채용돼 있고 4명을 충원할 예정인 재단 직원에도 분야에 관계없이 한 명 이상은 장애인을 채용하도록 정관 문구를 정리할 방침이다.

김영석 상임이사는 “당초 직원 충원은 6명이 예정이었는데 예산 문제 등 때문에 올해 4명을 더 뽑고 2명은 내년에 채용할 계획이었다”며 “남은 2명을 공모할 때도 적격한 장애인을 뽑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장애인들이 들고 일어나게 된 가장 큰 계기인 편의시설 문제이다. 이는 승강기 설치와 사무실 이동 등의 세 가지 안 중 하나를 통해 일정 부분 해소할 계획이다.

집행부와의 내부적 논의가 선행돼야 할 부분이지만 우선 첫 번째 안은 1층 건물 확보 시 현재 2층의 공무직(전국공공부분무기계약직) 노조 충북본부 청주시지부가 외부로 빠져준다면 2층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확보된 1층에 직지콜센터와 화장실을 설치하는 안이다.

두 번째 안은 내부 조율 불가 시 현재 재단의 3층 회의실과 이사장실을 폐쇄하고 이 자리에 직지콜센터와 화장실을 구비하는 방안이다. 두 안 모두 외부 승강기 설치는 필수 사항이다.

세 번째 안은 기술적으로 사무 공간 확보가 어려울 시 다른 건물로 이전이지만 출범 초부터 사무실을 이전하게 됐다는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절차와 예산 등 문제가 겹쳐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단은 이날 의결 내용을 한범덕 시장에게 보고한 뒤 한 시장이 최종 결정하면 이를 장애인단체에 통보하고 실행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변창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충북협회장은 “일단 재단의 문안을 정확히 받아본 뒤 다른 장애인단체에 ‘협상안이 들어왔다’고 알려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며 “그래도 많은 부분 수용됐으니 이대로 같이 가자는 방향으로 대답이 모아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변 회장은 “재단이 편의시설 문제로 1·2·3안을 내놓는 등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데 일단 우리가 보기엔 3안(이전)이 제일 좋다”며 “지금 자리에서 2∼3년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엘리베이터만 해도 예산이 1억5천만 원이다. 그만한 돈을 쓰고 또 이전한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 돈으로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게 낫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단체들과 회의 후 재단 이사장을 만나 3안이 제일 좋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어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